역시 현실이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도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끼네요. 사채빚에 시달리던 여자가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 여자의 대리 인생을 산다는 이야기를 다룬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본격 사회파 추리소설 '화차'의 실사판이 2010년 대한민국에 존재했을 줄이야. 


이번 사건. 그것이 알고싶다 '죽음의 동행 - 인생을 훔친 여자의 비밀'편. 그래요. 부산 노숙인 살인 사건이라 지칭하면 되려나. 40대 여성 조수연(가명)이 20대 여성 김은혜를 살해한뒤 김은혜를 조수연인양 위장해 사망신고를 하고 자신이 20대 김은혜가 되어 김은혜의 삶을 살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인데, 그 상세한 내막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 이번 편의 초반. 조수연씨가 보험회사에 사망보험금을 받으러 갔다가 강력반 형사들에게 둘러싸이는데, 조수연씨는 심상찮은 분위기를 눈치챘음에도 외려 당당했다는 겁니다.

솔직히 여느 일반인들 같아선 자신이 형사라고, 직위를 밝히기만 해도 쫄잖아요. '내가 뭐 잘못한 것이 있엇나'라든지 '아 씨X 좇됐다'라든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일대일이라도 무섭구만 저렇게 많은 수의 형사들이 자신을 둘러쌌는데, 잘못한게 있으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담담하게 끌려나올 것만 같구만. 여러 정황상 저 여자 조수연이 김은혜씨의 살인범이 틀림없는데도 도리어 정정당당. 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냐?


이게 실제 조수연씨의 얼굴인데요. 실루엣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예쁘장한 외모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40대 애딸린 이혼녀가 대체 얼마나 예뻤길래, 아님 얼마나 동안이었길래 26살 처녀로 둔갑할수 있었던 걸까요. 32, 3살이 20대 중반이라고 뻥친다든지, 30대 후반이 30대 초반이라고 뻥친다든지. 이런건 어느 정도 피부가 좋으면 얼마든지 그럴수 있고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수 있는 문제라지만 40대가 20대 중반으로 위장한다는건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할 지경인데요.

심한 노안이 있을수 있고 또 동안이 있을수 있겠지만 이게 말이 돼?


보험회사에서는 조수연씨의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려다 눈치를 깐게 죽은 조수연씨가 그 정도 수입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망 확인시 도합 24억원을 받을수 있는 7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단 말이죠.

매달 30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납부해야 되는 것은 둘째치고 사망 이틀전에도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니 보험회사에서는 사망인의 보험금 수령인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확인을 해 보는데, 


조수연씨는 자신의 지문조차 감출 정도로 꽤나 치밀한 조작을 저질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가지 실수를 저질렀는데, 하나는 CCTV의 존재를 너무 간과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망후 사망보험금 청구인란에 한 사인과 필체가 처음 계약할때 사망보험 가입자란에 한 서명과 동일했다는 것입니다. 


근데 참!! 이런걸 보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라는게 참으로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사망신고된 조수연씨는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정식으로 사망 진단을 받았고 경찰의 사체 검안을 받아 장의사에 화장 처리가 되기까지 채 반나절이 걸리질 않았는데, 병원 응급실에서도, 화장터에서도 어느 하나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단 말입니다.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일까요. 


경찰에 붙잡힌 김은혜씨 살인 사건의 용의자 조수연씨의 진술은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났다", "누군진 모른다"라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경찰 조사 결과 조수연씨가 보육원 원장인데, 보육교사를 찾는 식으로 해서 노숙인 쉼터에서 김은혜씨를 데려온 것이 밝혀지자 "자기가 데려온 것은 맞는데 죽이지는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합니다. ← 어째 '그것이 알고 싶다'의 또다른 역대급 사건인 김명철 실종사건의 용의자 조상필 형제를 보는듯 싶지 않으신가요. 

이게 조수연씨 차에서 발견된, 조수연씨로 위장돼 살해되고 화장되어 뿌려진 김은혜씨의 신분증 사진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팀은 조수연씨에 김은혜씨를 소개해준 당시 쉼터 목사님을 찾아갑니다.

목사님은 이 일로 충격에 빠져 쉼터를 그만두고 잔뜩 초췌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당시 조수연씨는 자신에 이렇게 메일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자신도 예전에 어렵게 산 적이 있어 남 일 같지 않다", "자신은 부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보육교사를 구하고 있다", "부모가 있어도 관계가 끊어진, 부산 지역에 연고가 없는 여성이면 좋겠다"며 접근해 김은혜씨를 소개해준거라 합니다. 

그렇게 해서 2010년 6월 16일, 직장을 구했다는 부푼 마음에 조수연씨를 따라 나섰던 김은혜씨는 다음날 새벽 의문의 죽음을 맞이해, 타인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사망처리가 되고 맙니다.

조수연씨는 김은혜씨가 마지막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함께 있었던 것도 맞고 자신이 신분을 바꿔치기한 것도 맞지만 끝까지 그녀의 죽음만큼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부산으로 떠났던 두 여성의 마지막 동행에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조수연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 과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런데 조수연씨의 진술은 기본적으로 엉터리임이 밝혀지는게 김은혜씨가 사망 직전 마지막에 남긴 휴대전화 문자 메세지 기록과 김은혜씨가 사망 직전 있었다는 곳은 전혀 다른 곳이란 사실입니다. 

김은혜씨가 마지막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를 남긴 것을 기초로 통신사에 정확한 지역 확인을 의뢰하지만 사망 장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단 것만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어떻게 죽였을까?

조수연씨는 김은혜씨가 뭔가를 먹은거 같은데, 뭘 먹었는진 모르겠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조수연씨 남자친구의 진술과 조수연씨가 인터넷 검색했던 내역을 토대로 메소밀이라는 무색무취의 농약을 맥주에 타 김은혜씨에 먹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김은혜씨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인터넷 검색기록 일자를 살펴보면 위 사진과 같습니다.
  • 2010년 4월 20일 : 살인 방법
  • 2010년 5월 26일 : 노숙인 쉼터,
  • 2010년 6월 14일 : 메소밀
  • 2010년 6월 11일 : 사망보험금
  • 2010년 6월 16일 : 질식사
  • 2010년 6월 17일 : 사건당일
  • 2010년 7월 2일 : 사망 신고 방법
  • 2010년 8월 5일~8월 18일 : 사망하면 지문 조회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조수연씨는 저 이후에 한번도 같은 주제의 검색어를 검색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왜 메소밀을 구입했냐", "왜 저런 단어들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냐" 경찰이 묻자 "2년후 자살하기 위해 그 방법을 검색해 본 것일뿐"이라는 용의자 조수연씨의 황당한 답변.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신한 것이 그럴 일도 없고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은, 만약 살인사건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된다면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절대 어느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을수 있게끔 시신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

시신없는 살인사건이 되고 나면 과학 수사를 주장하는 경찰이나 법원이 되어선 뭐 어떻게 빼도 박도 못하니깐 말입니다. 간혹 정황만으로 유죄가 입증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밑져야 본전인데, 수사에 혼선을 준다는 것 만으로도 살인범들에겐 충분히 해볼만한 도박인 것 같습니다. 


아래는 용의자 조수연씨의 어머니와 친척의 말. 뭐 어머니들 말은 다 똑같죠. "잘못됐다", "하지만 우리 애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다" 아!! 그럼 세상에 그 많은 살인사건은 다 누가 저지르는 거냐고요. 


김은혜씨 사건으로 들통나는게. 이 조수연이라는 여자. 완전 보험사기꾼이더만요. 원래는 무슨 학원 강사라는 것 같습니다만 딸애 아프다는 식으로 병원 진단서 위조해서 보험회사로부터 47차례, 보험금을 1억 3천만원이나 받아 쳐먹었지. 각종 서류를 위조해서 조합이며 창업지원센터며 돈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펑펑. 

각종 서류를 위조한게 들통나 고소, 고발 조치되고 법원 공판에 출석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놀라운게 김은혜씨가 저 사고로 사망하고 화장을 하던 날이 그녀의 법원 공판날. ← 이날 이 아줌씨 몸이 열이라도 부족했겠네요.


김은혜씨가 조수연씨로 둔갑해 사망/화장처리된 이후 조수연씨가 자신에 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에 보낸 편지.


그리고 아래는 조수연씨측 변호사의 이야기. 조수연씨. 보험금 한푼 못받게 되었겠다. 무슨 돈이 나서 이런 변호사를 구했는진 모르지만 변호사는 확실히 잘고른 것 같더군요. (판사도 좋은 판사를 만나야 되겠지만)

1심에서 살인, 사체 유기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걸 2심에서 살인에 한해서는 무죄, 사체유기에 한해서만 징역 5년형을 선고. 이 정도면 변호사로서는 할만큼 했죠. 보통내기 변호사가 아니신 듯 한데, 해당 지역에서 주가 좀 오르실듯요. 


이렇게 해서 아래는 2심 판결문 내용의 일부. "타살일 가능성이 높은 점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자연사 내지는 자살일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_-;; 정황증거가 이리 많은데, 직접증거가 없다고 결과는 이리 되니 쩝!!


아래는 김은혜씨가 자살했거나 돌연사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입니다.

과연 2심 법원의 판단대로 그녀가 우울증을 앓았거나 사회적, 경제적 곤궁,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고통을 느껴 자살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는지 당시 그녀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사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물론 그 누구도 당사자의 직접 속마음을 확인할 길은 없다 하겠으나 그녀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잘지냈으며 웃음만큼은 잃지 않았다는게 사람들의 한결같은 증언입니다. 


또 아래는 김은혜씨의 건강 상태들을 가지고 돌연사 가능성을 확인해 본 것입니다. 비만까지는 아니었어도 그녀가 과체중이었기 때문에 간에 이상이 생겼거나 심근경색이 왔을수 있다는게 법원의 판단인데요. 병원에 남아있는 진료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지극히 건강했으며 특별한 어떤 유전적인 요인이 없는한 돌연사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게 의사의 소견입니다. 


조수연씨가 김은혜씨의 죽음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지만 정황과 간접 증거들만 있을뿐 목격자도, 어떤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수 없는 의문의 사건. 이른바 시신없는 살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이렇게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사회 정의를 행하는 일일까 한번 생각해볼 일이 아닐수 없는데요. 

우리도 언젠가 저런 인간 말종들에게 걸려들어 저것과 비슷한 일을 겪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이렇게 여러 정황상 살인을 저지른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인간이 아무런 법적 처벌도 받지 않고 거리를 횡행하며 잘먹고 잘살고 있을거라 생각하면 죽어서도 두 눈을 편히 감을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꼭 나나 내 가족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일이라도 역시 무척이나 불편한 노릇이 아닐수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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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etyy BlogIcon 지나가는 이 2012/03/04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게 가짜에.. 성형녀 같은데.. ㅎㅎ;

  2. BlogIcon 정의는없다 2012/03/04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의란게없는 나라임을 새삼느낌니다..착하고열심히 사는사람은 교활하고 악랄한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는게 당연한 사회!

  3. 2012/03/05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주 토요일 어떤 내용으로 방송되는지 항상 검색해보면서도 방송시간이 되면 졸려서 결국 본방사수를 못해요.. 포스팅 내용이 자세해서 집중하여 읽을수 있었습니다.
    보다보니 예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다루었던 내용이네요.. 어디서 이 이야기 들어봤다 했는데.. 작성자님말대로 사람이 가장 무서운거 같아요.. 어떻게 이런 끔찍한 생각을.. -_- 당당하게.. -_- 잘봤습니다..

  4. 봉구 2012/03/12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이알고싶다 보고는 싶어도 무서워서 혼자 못보는데
    이 블로그를 통해 자세히 내용을 알 수 있어 넘 좋네요~
    앞으로도 많이 올려주세요 ^^

  5. BlogIcon 기기 2014/08/10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악랄하고 치밀한 사람이 많다 저범인을 몇년을 준비하는데 경찰의 허술함과 병원도 의심가는건 제보해야

    • Favicon of http://thinkdifferent.tistory.com BlogIcon 시렌 2014/08/10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찰의 허술함을 따지면야 어제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동화의 집 - 어린이 연쇄실종사건 미스테리'쪽이 더했음 더했지 덜하진 않죠. 예전에 아청법으로 신나게 네티즌들 조사하던 일산경찰서는 그것도 수사라고 하고 앉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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